리즈 시절

최근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 중 ‘동백꽃 필 무렵’이 있습니다. 공효진 배우와 강하늘 배우뿐만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의 훌륭한 연기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. 저도 본 방송은 못 보고 있지만 주말에 다시 보기로 몇 편 보았는데, 소문대로 재미있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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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중 극중 노규태 역을 맡은 오정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. 노규태는 옹산군의 유지로 변호사 아내를 두고 있고 차기 옹산군수를 노리고 있습니다. 그런데 좀 단순하고 가벼운 캐릭터입니다. ​그러던 중 노규태는 어느 날 자신의 개인 메시지 상태 창에 ‘옹산 게보다 속이 맑은 남자 노규태! 군민의 리즈를 아는 일꾼 노규태!’라고 적어 놓습니다. ​이를 본 변호사 아내 홍자영(염혜란 분)은 깜짝 놀라, 자고 있는 노규태를 깨우며 “군민의 뭐, 리즈시절이야? 군민의 요구, 군민의 니즈잖아!”라고 말합니다. 저는 이 장면을 참 재미있게 보았는데요.

요즈음 많이 쓰이고 있는 말이지만 드라마에서 갑자기 리즈시절이라는 말을 들으니, 이 말의 기원이 된 리즈 유나이티드와 앨런 스미스 선수가 생각이 났습니다. ​그래서 오늘은 리즈 시절이라는 말의 기원에 대하여 알아보고,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소개해 볼까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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리즈 유나이티드는 영국의 요크셔험버 웨스트요크셔 주 리즈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입니다. ​1919년 창단되었으니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.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라이벌로 두고 있습니다. ​이 두 팀 간의 경기는 로즈 더비라고 불립니다. 그 이유는 리즈의 연고지인 요크셔주의 요크가문은 하얀 장미를,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인 맨체스터 시의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 두 팀 간의 경기를 로즈 더비라고 칭하는 것입니다. 이 더비매치는 꽤 치열했던 경기들이었고 팬들 사이의 충돌이 잦아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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리즈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라이벌리를 형성할 수 있었던 만큼, 긴 축구 역사 속에서 꽤 괜찮은 팀이었습니다. ​그리고 1999-2000년 시즌이 마칠 때에는 EPL 순위표의 3위에 위치하여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내기도 했습니다. 이에 한껏 고무된 구단은 리오 퍼디난드와 로비 킨을 영입하여 자신들의 유스 출신인 앨런 스미스와 조나단 우드게이트 등과 한 팀을 꾸렸고, 다음 해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냅니다. ​그러나 리그에서는 아깝게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. 그리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고 끝없는 추락을 하게 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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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이켜 보면 리즈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오르는 것보다, 리그에 집중하여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. ​구단은 이미 막대한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료를 수입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사이즈가 되어 버렸는데, 그 막대한 수입이 없어져 버린 리즈 유나이티드는 조급함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이적을 거듭하다가, 2002-2003시즌은 리그 15위를 하더니 2003-2004 시즌은 결국 리그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하였고, 결국 팀은 공중분해 수준이 되어버립니다. ​그리고 2004년 리즈 유나이티드의 유스 출신으로 팀을 상징하는 공격수 앨런 스미스가 팀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게 됩니다. 그러나 앨런 스미스는 몇 달 뒤 영입된 웨인 루니와 포지션이 겹치며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하게 되었습니다. ​이때부터 국내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‘앨런 스미스는 리즈 시절이 좋았다’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후 선수나 팀의 지나간 전성기 또는 영광의 시대를 ‘리즈 시절’이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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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안선생님에게 했던 ‘영감님의 전성시대는 언제였나요?’는 ‘영감님의 리즈 시절은 언제였나요?’ 정도로 바꿔 말할 수도 있겠네요. ​여러분의 리즈 시절은 언제였나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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